[한경에세이] 부산 매축지 마을

입력 2018-05-27 17:31  

김지완 < BNK금융 회장 kjw01@bnkfg.com >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해져 동행한 직원에게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방금 지나친 매축지 마을이 대표적인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매축지(埋築地)라는 지명이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적잖이 놀랐다. 매축지 마을은 필자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 동네 모습은 참 낡고 허름했다. 6·25전쟁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도시의 풍경과 서민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피폐했다. 그때는 대부분 그랬기에 크게 유별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낸 지금까지 발전하지 못했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가난에 얽힌 애잔한 기억도 떠올랐다. 하굣길이었는데 친구가 어묵을 사먹으러 가자고 했다. 야속하게도 하나 먹어보라는 말은 하지 않고 국물만 마시라는 것이었다. 군것질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에 친구가 어묵을 몇 개씩이나 맛있게 먹는 모습을 옆에서 멀뚱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마음에 자존심이 상하고 왠지 모를 오기까지 생겨 그 이후 오랫동안 어묵을 먹지 않았다.

추억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축지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지역의 한 복지법인이 여는 국수 나눔잔치 행사의 후원기관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도착하기 전부터 무척 설레었다. 어떻게 변했을지,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한 마음을 쉽게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막상 가서 마을을 둘러보니 너무나 착잡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오래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비좁은 골목길, 낡디낡은 건물,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 그리고 나이든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을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필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학생이 적어 폐교 위기에 몰렸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표현하기 힘든 섭섭함도 밀려왔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돌아봐야 할 곳이 많다. BNK금융그룹은 힘들 때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우산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역경제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공헌 활동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모두가 희망찬 내일을 위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더 많은 기업의 시선이 소외된 이웃을 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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